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도공마을 포스터가 걸린 방


 생각보다 빨리 CGV 개봉을 했길래 휘적휘적 보고 왔다.
 상영시간을 기다리면서 늙은덕후는 만감이 교차했다. 아니매 덕질이란 걸 하게 된지 어언...
 옛날같았으면 어디 한 명만 눈에 띄더라도 모든 커뮤니티의 여왕님이 되었을 발랄깜찍 내지 고스로리 코스튬의 여덕들이 우르르 상영관에서 나오고 있었다. 해적판 가게에서 보따리상들이 챙겨놓은 불법복제물들로 어두운 욕구(?)를 해소하던 게 엊그제같은데, 강남 한복판 메이저 극장에서 심야애니 극장판을 거의 시차 없이 상영해주고 유튜브에서 신작 건담을 실시간으로 방영하고... 떼를 지어 몰려나오고 몰려들어가는 젊디젊은 덕후들 사이에서 틀딱덕후는 미아가 될 것 같았다. 20세기, 세기말에 꿈꾸던 천년왕국이 실제로 강림을 하였다. 얻은 것은 덕후의 천년왕국이요 잃은 것은 풋풋하던 시절의...


 각설하고 새 극장판(TV총집편)의 퀄리티는 그냥 딱 기대하던 만큼. 
 1기랑 2기 전반부를 오프닝 형식으로 하이라이트 보여준 후 2기의 10화랑 11화를 틀어주는데,
 여기서 좀 놀랐다. 아니 TV 버전의 오프닝, 엔딩은 물론 아이캐치까지 그대로 틀어줘? 어쨌든 극장판인데?
 원래 저런 건 영화 상영에 맞춰서 좀 재편집도 하고, 그러면 TV판을 다 본 덕후들이 아 저 장면을 살렸어야 되는데! 저 부분은 TV 원판을 봤어야 이해가 가능해! 이러면서 무의미한 부심도 부리고 뭐 그러는 것 아니었나?
 오프닝, 엔딩에 크래딧도 TV버전 그대로 나오고 심지어 중간 아이캐치까지 똑같이 나오니까 (고노방구미니와 고란노스폰서데... 뭐 이런 게 떠야 할 것 같았다) 내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건지 TV 녹화본을 보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물론 2기의 10화 11화가 워낙에, 곧장 영화관에서 틀더라도 위화감이 없도록 돈과 인력을 갈아넣은 물건이었으니까 가능했겠지만. 어쨌든 10화 분량이 끝나고선 엔딩이 나오고, 크래딧이 뜨고, 그러고는 11화에서 10화의 마지막 장면을 다시 보여주는 연출까지 그대로 나오니까 진짜 기분이 이상했다. 아니 여긴 영화관인데, 내가 보는 건 극장판인데! 싶어지면서.
 이것도 늙은덕후가 이해 못 하는 요즘 트렌드이거나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다.


 2기 하이라이트는 뭐... 나는 2기의 10화는 연출만으로 하나의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하고
 특히 큰 화면으로 보니까 10화의 새빨간 배경이 주인공들이 빠져버린 '지옥'이라는 게 분명해 보였고
 새빨간 지옥에서 모든 걸 쥐어짜는 주인공들의 몸부림 묘사가, 야 저 정도면 인력이고 제작비고 태워넣을 만하다! 새삼 느꼈다.
 지옥불이 다 태워버린 11화의 시커먼 잔해 속에서 주인공들이 힘겹게 기어나와 '우린 살아남았어!' 우는 장면이 절절했고
 그 와중에 둘이서 다시금 새빨간 지옥 속으로 돌아가는 다키 남매의 뒷모습에 일부러 큰 화면을 찾아간 보람이 있었다 싶었다.


 사실 나는 2기의 핵심 장면들을 큰 화면과 짱짱한 스피커로 즐기고 싶었을 뿐이었기 때문에 거기까지였고
 많이들 기대하셨을 3기 1화 부분에 대해서는 다소 시큰둥.

 힘 빡 준 '상현집결' 장면은 유포테이블이 또 또 돈 태우고 사람 갈아넣었구나! 싶은데
 너무 힘을 주다 보니까 완급조절이 없고 그냥 과도하다는 느낌. (그래 무잔씨 무서운 사람인 거 알았으니까 그만 들이대도 괜찮아, 그만 쾅쾅거려도 충분해...)
 도입부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스탭들이 굉장히 노력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그런 다음 다시 빌드업을 쌓아가는 시즌 전반부는 뭐... 원래 '귀멸의 칼날'은 저런 부분에서 굉장히 저렴하고 밋밋하다. 저런 건 굳이 영화관까지 와서 보지 않아도 되었겠다 싶을 정도로.


 '도공마을편'은 원작에서도 내 보기엔 가장 재미없는 부분에 속한다. 
 '유곽편'에서 하얗게 불태운 상태에서 소진돼 버린 에너지를 억지로 쥐어짠 것 같다고나 할까. 악당들은 무게감이 없고 주인공들의 감정선은 다른 에피소드들에 비해서 절절하지 않고. 오로지 미츠리와 무이치로 두 캐릭터의 매력만으로 힘겹게 버티고 넘겼다고 보이는 파트다. 어쨌든 이야기 구조상 필요한 대목이긴 했으니까.
 그래서 3기는 제작진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았을 것이고 그 고민의 결과가, 힘 빡 준 정도가 내게는 과도하다 여겨지는 상현집결 장면이었을 듯.
 3기가 잘 버텨줘야 무한성에서의 '최종국면'이 제대로 나와줄 테니까.
 하지만 팬들 입장에서야 뭐, 프렌차이즈가 이 정도로 커져 버렸으면 지금까지의 관성만으로도 피날레까지 충분히 잘 달려가 줄 테니까 3기는 굳이 큰 기대 없어도 쉬엄쉬엄 즐기면서 소비해주면 될 듯.
 그래도 원작 자체가 여기서는 '혈귀한테 눈이 날아가면서도 칼만 가는 도공' 장면이라든가 무이치로의 "이게 내 전력이라고 생각해?" 식상하게 오글대는 대사 연출 등 은근히 지뢰가 많아서, '원작의 훌륭함을 한 땀 한 땀, 필요하면 슬로우모션으로 다 보여주고야 말갔어!' 의지로 일관하는 유포테이블의 스타일상 다소 염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여태까지 노골적인 신파이면서도 나름 오글대는 선을 잘 지킨 작품이니까, 끝까지 제발 너무 오바하지는 말아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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