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회전0, 우르세이야츠라 리메이크, 코플라버전 드라큘라 포스터가 걸린 방



  어쩌다 이번주에 보게 된 것들 한꺼번에


 1. 주술회전0

  주술회전 1기 1쿨을 재미있게 봤는데, 사실 본코스보다 사이드디쉬랄까, 보너스로 딸려오는 요소들이 훨씬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거의 센세이션을 일으켰다는 오프닝이랑 엔딩... 특히 1인 작화라는 엔딩은 와, 이런 게 바로 요즘 트랜드로구나 내가 늙긴 늙었나보네! 충격 비슷한 걸 줄 정도로 느무느무 쌔끈하고 간지가 넘쳤다. 점프 특유의 능력자 배틀 컨셉과 오바가 심한 연출, 자기들끼리만 세상 심각한 파워밸런스, 세계관 같은 부분에서는 나같은 틀딱이 도무지 감당하기 어려웠는데... 그런 메인디쉬말고 캐릭터, 타이틀, 알고보면 별 것 아닌 이야기에 계속해서 긴장감을 주는 연출의 세세한 솜씨가 돋보였다. 카메라워킹으로 유명하다는 박성후 감독의 역량이 빛을 발했다는 느낌이었다. 양식화된 폭력과 능력자 배틀의 전술 설정에 힘을 준 작품이지만 정작 메인스토리는 (내게는)따분하고, 양념같은 개그나 캐릭터 묘사, 막간의 일상 이야기가 훨씬 재미있으면서 씹는 맛이 있었다.

  기록적 흥행을 보여줬다는 극장판은 그런데... 그런 반찬들 맛으로 즐기기에 좀 짧달까? 원작과 티브이판의 인기에 힘입어 인력과 기술력을 몰빵한 듯한 연출과 전투 묘사는 인정할 만한데, 원작의 세계관을 도대체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힘든 입장에서는 그냥, 아 그림 예쁘네! (게다가 짧네!) 하고 쉽게쉽게 넘어갈 뿐. 별다른 감명은 느껴지지 않았다. 주인공 옷코츠 유타도 히로인(?)도 본편의 이타도리 유지나 후시구로 메구미만큼의 매력을, 적어도 극장판 러닝타임안에서는 보여주지 못했고, 주술고등학교의 2학년 멤버들(극장판 당시에는 1학년이었지만)도 1학년 멤버들만큼 다채로운 매력은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원작의 전개를 숨가쁘게 실시간 따라가고 있는 팬들한테는 큰 선물이었겠지만, 어쩌다 적당히 구경하는 입장에서는 그냥저냥. 박성후 감독 포함한 제작진들이 참 열심히 잘하는구나! 노고에 감탄했을 뿐. 역시나 (라이벌작이라 할?)'귀멸의 칼날'쪽이 이렇게 스타일리쉬하지 않고 촌스러운 면이 있으며 신파라고 해도, 좀 더 보편적 정서를 울리는 우직하고 찐득한 맛이 있다고 할 수밖에.


 2. 우르세이야츠라 리메이크

  첫화만 찾아봤지만, 이걸 계속해서 챙겨보게 될지 모르겠다. 아니 저게 틀림없이 40여년 전에는 느무느무 포복절도 끝내주는 개그였었는데 말이지... 2022년 시점에서 저런 리메이크가, 나같은 틀딱들한테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새김질하게 해주는 일 이외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 나로서는 모르겠다. 모로보시 아타루의 자학적인 개그, 라무의 귀여운 얀데레질도 70~80년대에는 너무나 신선했지만 지금은...

  아무리 생각해도 요즘 코드에 맞을만한 이야기나 개그 감성은 아니라서 리메이크작은 원작의 에피소드를 최대한 빠르게, 거의 하이라이트 버전으로다가 후딱후딱 전개하는데, 그게 요즘 어린(젊은)이들한테 먹힐지 어떨지는 모르겠고, 역시나 틀딱들 추억을 신작화 하이라이트 버전으로 재탕했다는 생각이 들 뿐. 원작의 개그 코드 상당수는 당시 유행하던 다른 작품들의 열혈오바들을 뒤틀어서 와이 쏘 시리어스한데? 하고 웃겨주는 방식이었는데, 이제는 그런 오바질이 시리어스했다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하기 때문에 대부분 힘을 잃는다. 쉽게 말해서, 개그가 웃기지를 않아! 모로보시 아타루의 오바질에 1도 이입할 수가 없어! 원조 모에코드라는 라무짱이 뭐가 그렇게 귀엽다는 건지 이젠 모르겠어!

  고전은 고전으로서 자기 자리가 있겠지만, 루미코 아줌마의 개저씨 정서가 이제는 완전히 유통기한을 지난 것이 아닐까 싶다. 저런 정서는 KBS가요무대 같은 데서 어쩌다 마주쳤을 때나 아련하게 달콤하지, 신작화 민낯 그대로 트랜드 한가운데 나서기에는 너무 늙어버린 것이 아닐런지.


 3. 드라큘라(1992)

  꼬꼬마 때 분명히 저걸 여러 번 돌려보면서, 오오오 저렇게 쓰따일리쉬한 로맨스라니! 감탄했던 것 같은데... 시대가 바뀐 걸까 꼬꼬마때 내가 유치했던 걸까 아니면... 모르겠다. 당시에 내가 너무 코폴라 뽕에 빠져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결론적으로, 지금 와서는 똑바로 쳐다보기가 힘들었던 작품. 유치하고 촌스럽다. 로맨스는 진부하고 연출은 평범하며, 코폴라의 장기라 할 미술조차도 지금 보면 별다른 매력이 없다. 안소니 홉킨스에 게리 올드만, 위노나 라이더에 키아누 리브스까지 총출동했는데도 배우들의 연기 내지 존재감조차 1958년 버전에 한참 못 미친다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각본이, 이야기가... 당시에는 타이틀에 브람 스토커 이름까지 넣어가면서 디게 오리지날에 충실하다는 식으로 홍보하고 했었는데 왜 저렇게 쓸데없는 사족들을 개칠해 놓았을까. 드라큘라랑 미나가 전생의 부부? 뭐 그런 운명의 짝이었다고 설정함으로써 도대체 얻은 게 뭘까. 

  '스타일'이란 것 자체가 그 만큼 덧없는 허상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그건 그냥 한때의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감정, 저 대상이 아름답다고 우선 결론지은 다음에 어떻게든 이유를 붙이는 단어가 아니었을까. 적어도 특정 시기의 스타일 유행은 그랬던 것 같다. 지금의 '스타일'이란 것도 언젠가는 낡겠지만, 그게 90년대 스타일리쉬 유행만큼 나중에 보기에 창피할지는 더 두고보아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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